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캣그라스 씨앗부터 키우기(식집사와 냥집사의 합작)

그린휴먼 2023. 6. 23. 15:12

며칠 전 캣그라스라는 식물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름 그대로 고양이가 먹는 풀이라는데... 고양이가 풀도 먹어...?(진짜 몰랐음)

고양이가 먹으면 스트레스가 풀리고, 면역력이 좋아지고... 이것저것 좋은데 가장 좋은건 '헤어볼'이라고 고양이털 뭉친 것이 배출된다고 합니다.

신기한 고양이의 세계...

쨌든 고양이는 전혀 관심도 없던 그린휴먼이 갑자기 웬 캣그라스인가 하면 매일 같이 뻘짓하며 돌아댕기는 그린휴먼을 지켜본 직장동료가 부탁을 해왔습니다.

그린휴먼이 식물 좀 잘키우는 줄 착각한거죠... ㅎㅎ

자기가 이거저거 키워봤는데 다 죽었다며 선인장도 죽였다고 도저히 못키우겠다며 내민 캣그라스 재배 키트...

키우는 방법이 꽤나 간단하다(그 와중에 또 과습주의 ㅡ,.ㅡ)

뚜껑을 열면 구성품이 매우 단촐합니다.

배양토와 씨앗, 그리고 요플레(?)숟가락이 비닐에 싸여 있습니다.

(요플레숟가락 뭐지... 다 자라면 퍼먹나?)

근데 배양토 크기가 그릇에 비해 한참 작은데 그 이유는 나중에 밝혀집니다.

구성품


캣그라스라는 게 말이 그렇지 사실은 그냥 곡물의 풀인데 그냥 고양이가 잘 먹으니까 뭉뚱그려 캣그라스라고 지칭하는 것 같습니다.

그 종류로는 귀리, 보리 같은 것이 있고 이번에 시도하는 것은 보리입니다.

설명서대로 파종 하루전 씨앗을 물에 하루 담가 불려줍니다.

부옇게 물이 탁해졌다.

이제 배양토를 깔아줄 차례입니다.

그릇에 비해 턱없이 작은 배양토를 꺼내 바닥에 두면 딱 이정도 크기입니다.

뭐여... 이게 맞아...?

그리고 딱딱하기는 더럽게 딱딱한 게 숟가락으로 뭉개주려고 하였으나 숟가락을 튕겨내버리는 게 마치 돌덩이 같습니다.

+10강 배양토

어디보자... 물을 뿌리면 잘 부서지겠다 싶어 물을 부었더니...

엥....?? 갑자기 터질것 같이 부풀어오르며 위로 솟구쳐 오르는 배양토!

깜짝 놀랐습니다 ㅋㅋ 아 영상으로 찍어둘걸...

아니 이런건 설명서에 좀 써두라고... 제조사 양반들아

물 안부었으면 그냥 흙 버릴뻔 ㅡ,.ㅡ

물을 뿌리면 봉인해제 된다

그리고 요플레숟가락으로 부숴 바닥에 깔아주고 그 위에 물에 불린 보리씨앗을 골고루 뿌려줍니다.

그 후에 위에 흙을 살짝 덮어줍니다.

따뜻하고 영양가 높은 이불(?)을 덮어주듯이 사랑스럽게 얹어주세요.

뭔가 퍼먹어야 할 것 같은 비주얼

그리고 물을 한 컵 부어준 뒤 햇볕에 두면 끝입니다.

모든 식물이 그러하듯 필연적으로 찾아오는 기다림의 시간...

내가 먹을 녀석은 아니지만 일단은 쑥쑥 자라길 기대해봅니다.

 


 

다섯밤이 지났다

개체마다 성장속도에 많은 차이가 있지만 분명히 자라고 있습니다.

그것도 푸릇푸릇하고 싱그러운 연녹색으로 각자의 매력을 뽐내고 있군요.

초록색이 이렇게 사랑스러운 색깔이었던가요?

내 손으로 길러낸 아름다운 자연의 산물이... 그 색깔이 가슴 한켠에 잔잔한 감동을 전해줍니다.

아직 싹이 나지 못한 개체는 좀더 기다려 보아야겠습니다.

설명서에는 개체에 따라 발아에 한달까지도 걸릴 수 있다고 하니 말이죠.

자 그럼 실험은 끝났습니다.

사실은 처음 키워보는 거라 반신반의하며 씨앗을 많이 남겨두었었거든요.

잘 자라는 것을 확인했으니 본게임을 시작해 볼까요?

흙은 회사 뒤편에 몇년간 낙엽이 쌓여 썩은 천연배양토를 사용해줍니다.

영양분은 시중에 파는 배양토 못지 않게, 아니 분명히 그보다 많이 함유되어 있을 겁니다.

(원래 왼쪽에 있는 핑크화분을 쓰려고 했으나 아무리 봐도 너무 어그로가 끌려서 결국 포기했습니다.)

핑크화분을 버리고 평범한 소시민답게 택배박스를 재활용해 만들었습니다.

보기엔 뭐시기해도 꽤 기능적입니다.

종이니까 잘 젖겠지만 반대로 잘 마르니까 통습에 좋고 가볍고... 그냥 그런 소소한 장점이 있겠죠...?(확신 없음)

그리고 전날 하루 불려둔 씨앗을 다시 준비합니다.

이번엔 더 많이 불렸습니다.

오동통한 보리씨앗을 배양토에 골고루 뿌려주었습니다.

지금 보니 살짝 애벌레 같기도...

그리고 흙을 덮어주었는데 돌이 좀 많군요.

뭐 보리는 강하다고 믿습니다.

알아서 잘 뚫고(?) 솟아나겠죠?(확신없음)

대략 일주일이면 꽤나 많이 자라있을듯한데 곧 장마철이라 일조량이 걱정이 됩니다.

흠 일단 지켜봅시다.